스탠딩 데스크를 큰맘 먹고 들여놓은 지 한 달.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또 앉아 있다. “서서 일하면 좋다더니, 왜 다시 이러고 있지” 하는 자책이 스멀스멀 올라온다.
그런데 사실 문제는 서 있느냐 앉아 있느냐가 아니다. 진짜 문제는 그 몇 시간 동안 몸이 아무 자극도 받지 못한 채 똑같은 모양으로 얼어붙어 있다는 것이다. 서 있어도 얼어붙으면 앉아 있는 것과 다를 게 없다.
스탠딩 데스크만으로는 부족한 이유
사무직 근로자를 6개월 동안 관찰한 연구가 하나 있다. 하루에 서 있는 시간을 30분 이상 늘린 그룹은 근육통과 퇴근 후 피로감이 눈에 띄게 줄었다. 그런데 이 연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지점이 나온다. 이 그룹은 그냥 서 있기만 한 게 아니라, “지금 자세를 바꿔야 할 때예요”라고 알려주는 알림과 짧은 교육을 함께 받았다. 즉 효과를 만든 건 서 있는 자세 자체가 아니라, 자세를 자주 바꾸도록 만든 그 알림이었던 셈이다.[1]
그러니 스탠딩 데스크만 사놓고 하루 8시간을 그 자세 그대로 버티면, 앉아서 굳는 것과 똑같이 서서 굳어버린다. 핵심은 자세를 얼마나 자주 바꾸느냐, 그리고 그 사이사이 몸에 얼마나 다양한 자극을 주느냐다.
발바닥이 잠들면 자세도 함께 흔들린다
의외로 발바닥이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. 발바닥 피부는 서 있는 동안 몸이 균형을 잡는 데 꽤 큰 몫을 담당하는데, 한 실험에서 이런 걸 확인했다. 균형판 위에서 눈을 감고 버티게 하면서, 한 그룹에게는 발바닥에 약한 자극을 주고 다른 그룹에게는 손바닥에 자극을 줬다. 그리고 동시에 머릿속으로 숫자를 세게 하는 등 정신을 바쁘게 만들었다.
결과가 흥미로웠다. 손바닥 자극은 머리가 여유로울 때만 효과가 있었고, 발바닥 자극은 오히려 정신이 바쁠 때 더 잘 작동했다.[2] 회의하고, 메일 쓰고, 머릿속으로 몇 가지 일을 동시에 굴리는 재택근무 상황이 정확히 이 “정신이 바쁜” 상태다. 그런데 이때 발바닥이 두꺼운 슬리퍼나 푹신한 바닥에 눌려 아무 감각도 못 느끼고 있다면, 몸은 자세를 다잡을 정보를 충분히 받지 못한 채 그냥 방치되는 셈이다.
지금 자리에서 바로 해볼 수 있는 것
거창한 장비를 새로 살 필요는 없다. 지금 앉은 자리에서 오늘부터 해볼 수 있는 것들이다.
- 맨발로, 혹은 얇은 밑창으로. 두꺼운 쿠션 슬리퍼는 발바닥 감각을 덮어버린다. 집에서 일할 때만큼은 맨발이나 바닥이 그대로 느껴지는 신발로 바꿔보시는 것만으로도 감각이 살아난다.
- 50분에 한 번, 발바닥을 1분만 자극한다. 딱딱한 바닥에 잠깐 서 있거나 발바닥으로 단단한 물건을 슬슬 굴려주면, 무뎌졌던 감각이 다시 켜진다.
- 알람보다 확실한 건 ‘이미 반복되는 순간’이다. 앞서 본 연구가 효과를 낸 것도 알람 자체가 아니라 “지금 바꿔야 한다”는 신호였다. 물 마시러 갈 때, 회의가 끝날 때처럼 하루 중 이미 반복되는 순간에 자세를 바꾸는 습관을 붙이면, 따로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저절로 작동한다.
재택근무 자세 문제는 의자나 책상을 바꾸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. 몸이 지금 자기 자세를 얼마나 잘 느끼고 있는지, 그 감각을 얼마나 자주 깨워주고 있는지가 훨씬 근본적인 질문이다.
참고문헌
[1] Silva H, et al. Impact of a 6-month sit-stand desk-based intervention on regional musculoskeletal discomfort and overall post-work fatigue in office workers. Ergonomics. 2024. DOI
[2] Azbell J, et al. Plantar or Palmar Tactile Augmentation Improves Lateral Postural Balance With Significant Influence from Cognitive Load. IEEE Trans Neural Syst Rehabil Eng. 2021. DOI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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